
요즘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SW)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SW분야 인력기피현상으로 `미지근한 물 속의 개구리처럼 SW산업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특히 청년실업문제를 얘기하고,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스펙쌓기'에 노력한다고 한다. 이 무슨 앞뒤 안 맞는 이야기인가?
사전적 의미로 보면, 인력은 `사람의 힘, 사람의 노동력'을 뜻하고, 인재는 `학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인력이 부족하다'는 푸념은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 즉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기업에서는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인재와 전문인력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
대학은 오랜 기간 인재를 양성해온 곳으로 그만큼의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을 것이다. 기업은 기업활동을 통한 경험과 지식의 축적을 바탕으로 대학이 양성한 인재를 각 기업에 맞는 전문인력으로 육성하고 활용한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고전적인 역할 분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은 그동안 전산학과나 이와 유사한 학과와 과목, 커리큘럼을 통해 SW 인재를 양성했다. 이곳에서 배출된 인재가 기업에 진출해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대학 전산학과의 큰 공로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SW산업과 IT융합분야의 빠른 환경변화와 발전에 대학도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실용성을 강조하는 대학교육과정의 신설과 대학 본연의 역할에 대한 재인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용성을 강조한 대학교육과정 신설은 SW분야가 다른 학문분야만큼 넓어지고 깊어졌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SW분야도 구조와 원리, 기본적 이론을 배경으로 하는 순수과학적 분야와 산업적 응용을 중심으로 하는 공학분야로 나누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기존의 전산학과 등은 컴퓨터의 구조와 원리, 이론을 연구하고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학구적으로 개편하고, 현업에 가까운 SW공학 과목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SW공학과'를 신설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방안인 대학 본연의 역할에 대한 재인식은 대학이 너무 SW업계의 입맛에 딱 맞는, 바로 쓸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데만 치중하는 것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학생들이 대학에 머무는 동안에는 충분한 교양과 학문적 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실무적 능력 배양에 너무 많은 힘을 기울여 오히려 실무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가끔 보는데, 이는 왜곡된 교육경험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보는 실무는 기업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 인문학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 등 SW 외적인 분야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은 기업현장에서 유용할 수 있다.
기업은 일방적인 요구를 대학에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 속에서 대학의 이론을 받아 실무적용과 피드백으로 이론의 발전을 도와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학이 배출한 인재를 기업활동에 적합한 전문인력으로 양성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SW분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전문인력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워 중소기업에서 검증된 인력이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런데 기반이 허약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잘 키운 SW 전문인력 하나가 기업 전체를 먹여 살리는 구조라는 점이 문제이다. 따라서 SW분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인력문제에 대한 특별한 해법이 필요하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협력관계도 고려야 한다.
SW는 앞으로도 사람의 편의와 안전과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위한 SW를 만드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면 정말 사람을 위한, 사람을 지키는 SW가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SW분야의 인재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고, 스스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인력난을 해소하는 궁극적인 해법이다. 물론 SW분야 인재와 전문인력 스스로 자신을 그렇게 만드는 노력은 기본이다.
출처: 디지털타임즈
글쓴이: STA테스팅컨설팅대표 권원일